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운동/주짓수

[주짓수] 내이름은 주짓쑤 : 화이트 벨트_4그랄 (23.09.10), 첫 시합

by 킹쓔 2023. 9. 15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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화이트, 4그랄
" 그래도 할 수 있어. "


                        
0그랄 1그랄 2그랄 3그랄 화이트_4그랄
21.05.30 21.09.28 22.04.01 23.04.02 23.09.10
21.09.27 22.03.31 23.04.01 23.09.09  

0. 대기 

 드디어 찾아온 대망의 승급, 그리고 시합 날. 일어나자마자 발부터 무릎, 손까지 꼼꼼하게 테이핑을 했다. 어제 새벽배송으로 산 텀블러도 챙겼다. 지난번과 달리 가까운 곳에서 열려서 많이 편했다. 체육관으로 가다가 만난 ㅈ은 잠을 설쳐서 2-3시간 밖에 못 잤다고 했다. 5시에 일어난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. 평소 흥분하는 모습 없이 운동하는 모습만 봐서 그런가, 불안해하는 그 애의 모습은 잘 상상이 안된다. 아침에 만난 ㅅ에게도 응원을 하려다 말실수를 했다.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, 블루벨트도 긴장되긴 마찬가지인가 보다.

** 내 이름은 주짓쑤, 킹쓔의 주짓수 대회 당일 Tips!
 
1. 준비물 : 테이프, 개인 물병, 간식, 여벌 래쉬가드 (여자의 경우만)
- 키네시오 테이핑은 미리 해가는 것이 좋습니다.
- 반창고로 감는 건 압박이 심하니 도착 후에 하셔도 됩니다. 

2. "기대주", "유망주" 같은 단어로 부담을 주기보다 "잘할 수 있다" 같은 응원의 한 마디가 적절!

뚝딱 뚝딱, 빠르다 빨라 !

 도착했을 때는 아직도 멀었나 했는데 밖에서 조금 대기하니 10분 만에 시합장 완성되었다. 진짜 뚝딱이네. 대기 중에 만난 ㅇ이 혼자인 것 같아 챙기러 갔더니, 부모님이랑 함께였다. 관람석에서 환호하는 초등학생들은 플랭카드도 들고 있었다. 나도 이런 날은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좋았을 걸이란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.

여러 곳에서 모인 사람들. 오스트레일리아는 좀 신기했다.


1. 세미나

 날렵하지만 강인해 보이는 몸. 세미나를 주관하시는 브라질 관장님은 뱅골 호랑이를 연상시켰다. 관원 중 한 분이 통역을 맡아주셨는데,  브라질 마스터는 목청이 워낙 좋아서 오히려 마이크를 든 통역이 묻힐 정도였다.

 영어로 세미나를 진행해 주셨는데, 무슨 말인지는 알겠으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. 사전적인 의미는 잘 들어오는데 머릿속에서 흡수되는 게 아니라 어디론가 빠져서 흩어지는 느낌이었다. 휴, 수업 때나 지금이나.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 마찬가지네. 이건 언어의 문제가 아니었다. 

** 내 이름은 주짓쑤, 킹쓔의 주짓수 세미나 Tips!

: 파트너를 지원받을 경우 꼭 도전해 보자!
  세미나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대단한 경력의 소유자,
  잠깐 용기를 낸다면, 많은 걸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

 그래도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었다. 유튜브에서만 보던 주짓수 세미나를 이렇게 보다니. 그것도 브라질사람에게. 마치 찐 한국 정통숙수가 와서 알려주는 전통김장기법 강의 같은 느낌이랄까? 새롭고 신기한 시간이었다.


2. 승급식

 이젠 좀 덤덤할 줄 알았는데, 관장님 앞에 서니 미소부터 번졌다. 그랄이 감기자 입이 귀까지 찢어지게 웃고 있던 나. 만 그랄이 주는 느낌인가. 내년이면 블루벨트네. 삼그랄때와 달리 좀 뿌듯했다. 이제 룰도 어느 정도 익히고, 기술들도 폭넓게 알고 확실히 전보다는 한 단계 발전했다고 자부한다. 어디서 주짓수 한다고 말할 때, 조금 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. 내 자신, 수고했다.

이제 말 편하게 하시겠다더니 다시 존댓말하시는 관장님, 이해해요. 다그런거죠.


3. 점심

 세미나가 예상보다 늦게 끝나서 점심 먹을 시간이 거의 없었다. 매점에 가기도 애매해서 단백질바 하나 가져온 걸 ㅈ과 나눠먹었다. ㅊ이 아싸김(아빠가 싸 온 김밥)을 나눠줘서 먹었는데 깔끔하니 맛있었다. 나도 다른 사람들이랑 나눠먹게 간식 을 챙겨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다. 

** 내 이름은 주짓쑤, 킹쓔의 주짓수 대회 식사 Tips! 

1. 소화가 잘되는 이 베스트.
2. 시합번호가 초반 대라면 단백질 바 같은 간단한 식사도 적당.
3. 여분의 간식도 챙겨 와서 관원들과 나눠먹자.

 다 시합번호대가 초반이라서 밥도 거의 못 먹고 테이핑부터 했다. 끝번호인 나는 조금 여유가 있었다. 긴장했는지 옆에 있던 ㅅ이 손을 떨었다. 어제 저녁 내 불안함과 초조함을 달래던 말들로 그 애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. 걱정 마. 잘할 수 있을 거야.


4. 시합

 기다리다 매트로 미리 내려갔다. 상대방을 확인하자마자, 속에서 구렁이 100마리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. 상대는 체구가 꽤 크고 인상이 매서웠다. 내가 이 구역 제일의 탑 덩치인 줄 알았는데. 힘도 훨씬 셀 것 같고, 여태껏 나보다  큰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무서웠다. 게다가 우리 관원들은 다 한 번씩은 이긴 상태라 부담도 컸다. 여기서 나만 찍소리도 못내보고 지면 어떻하지? 너무 얼어서 몸이 굳어졌다. 주변에선 어깨를 토닥이며 잘 할 거니까 괜찮을거라고 했다. 

복습하려고 썼던 운동일기, 시합준비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.

 나도 내 자신에게 괜찮을 거라고 달래면서, 계속 마음을 다 잡으려고 노력했다. 머릿속으로 괜찮을 근거를 생각해 냈다. 작년에 오픈매트 동호회에서 키도 크고 덩치도 좋은 남자들이랑 스파링 해봤잖아. 적당히만 긴장하면 오히려 좋지 더 잘할 수 있어. 물론 연습 충분하지 않았지. 그래도 계속 그거 극복하려고 노력했잖아. 운동일기로 복습한 거 기억하지? 떨지말고 최선만 다해보자. 

** 내 이름은 주짓쑤, 킹쓔의 주짓수 시합 전 Tips! 

1. 나도 무섭지만 상대도 내가 무서울 터, 쫄지 말자.
2. 안 해본 거 해보려고 하기보다는 그동안 했던 거에 집중
3. 내 번호보다 10번 대 정도 먼저 내려가서, 열이 살짝 오를 때까지 스트레칭으로 몸 풀기

 우려와 달리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모든 게 생각보다 괜찮았다. 한 방에 바로 털릴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꽤 해볼 만했다.긴장이나 두려움 같은 거 느낄 새 없이 이기고자 하는 본능 그 자체로 변했다. 전략이 뭐냐고 묻는 질문들에 "글쎄요...?"라고 버벅였는데 그 때 그때 상황에 맞춰 잘 대응했다.
 
 물론 결코 쉽지는 않았다. 가드풀 까지는 좋았으나, 연습했던 클로즈가드 관련 기술은 상대의 흉통이 커서 쓰기 힘들었다. 계속된 근접전에 트라이앵글을 할 여유가 없었다. 기억 나는 건 스윕만 두세 번 정도 였다. 서로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게임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.

** 내 이름은 주짓쑤, 킹쓔의 주짓수 시합 Tips! 

1. 체력 안배 잘하기 : 초반에 힘을 너무 몰아 써서 나중에 힘이 빠졌다. 흥분하지 말고 체력 분배 잘할 것.

2. 적절하게 탭 치기 : 승부에 대한 마음은 공감하지만 적절한 탭만이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. 

3. 다른 팀원들 케어 : 나만 끝났다고 집 가는 게 아니라 다른 팀원들 경기도 함께 보고 케어해 주기 

 마지막에 걸린 초크. 지고 싶지 않다는 집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, 꽤 버틸만하다고 생각했고 탭을 칠 생각은 없었다. 점점 등불이 깜빡거리는 것처럼 의식이 희미해질 무렵, 심판이 시합을 중지시켰다. 여전히 어지러웠다. 심판이 상대편의 손을 들어준 순간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갔다. 졌구나. 결국 지고 말았구나. 분한 마음에 눈물이 차올랐다. 


5. 이후

 울면 안되지. 체육관 사람들과 있어서 감정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다. 다른 사람들 시합을 참관하느라 바빠서 얼결에 잘 회복했는지도 모른다. 본관답게 다들 좋은 성적을 냈다. 끝나고 같이 뒤풀이도 했는데, 사람들이 평소보다 훨씬 잘했다고 말해줘서 그나마 좀 위로가 됐다. 집에 오니 온 삭신이 아프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. 한 시간도 아니고 딱 몇 분 뛰었는데 온몸에 기운이 다 빠졌다. 정말 사력을 다해서 임한 하루였다. 

뒷풀이는 족발 그리고 오늘의 전리품들


 이제는 미뤄왔던 치료를 하면서 좀 쉴 예정이다. 마음은 바로 다음 날 가서 모자랐던 부분을 채우고 연습해보고 싶지만, 오래오래 운동할 거니까. 손, 발, 무릎 모두 극복해서 다시 운동해야지. 빨리 블루벨트를 따고 싶다. 점점 더 멋질 나를 기대하며. 


+ 마치며

 

 저는 주짓수를 특출 나게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엄청난 경력을 가진 사람도 아닙니다. 이 전까지 운동을 해본 경험도 거의 없고, 남들보다 늦은 30대 중반에 시작했습니다. 오히려 많이 다치고 그래서 더 고민이 많고, 잘 흔들리는 사람입니다. 앞으로도 종종 그럴 것 같고요.
 
 그래도 좋아합니다. 열정에 비해 실력은 모자라고, 때로는 이 감정에 회의감이 들 때도 있고, 시작할 때 꿈꾸던 것처럼 강해지진 못했지만 한 가지 결론은 얻었습니다. 이런 저라도 할 수 있다는 것.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뭔가를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, 이제는 기꺼이 "네"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. 
 
 이 글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노력하고 계신 분들께 바칩니다. 처음 운동을 시작하시는 분들 외에도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은 분들, 이제는 놓아야 하나 고민 중인 분들께 제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와 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.
 
 

- 내 이름은 주짓쑤는 계속됩니다 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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